
아파트 산책길 옆 산에 아직도 벚꽃이 만발이다.
다른 벚꽃들은 꽃이 다 졌는데, 유독 벚꽃 나무 한그루는 아직도 꽃이 이쁘게 펴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더 환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서있다.

문득, "모든 것이 빠르다고, 먼저 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는 것이지" 생각했다.
천천히 늦게 폈지만, 더 오래 이쁘게 벚꽃을 보여주는 저 나무처럼.

올해는 유독 벚꽃이 일찍 폈고, 그만큼 꽃이 빨리 졌다.
보통은 한번 피면, 꽤 오래 유지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빨리 펴고, 빨리 져버렸다.
미리 계획되어있던 벚꽃 축제는 모두 벚꽃 없는 축제가 되어,
"벚꽃은 없어도 축제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빠른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구나" 다시 생각해 본다.
빠르게 지나치면,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많은 것들...
천천히 느리게 걸으며 하나하나 눈길을 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직장인들에게 그런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다.
직장인들은 "월화수목금",
빠르게 걸어 출근하고, 빠르게 걸어 퇴근하니,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앞만 보고 걸어가지, 주변을 살피면서 걸어갈 여유가 없다.
전철역에서 환승할 때,
가끔은 "지금 내가 컨베이어벨트에 서 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하나의 부품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줄 서서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사람들의 걸음걸이 속도를 놓치지 않게 신경 써야 하고,
반대편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신경 써야 하고,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지 않게 신경 써야 하고,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이것을 반복한다
긴 전철에서의 시간을 비좁은 공간에서 버티려면, 스마트폰만 한 게 없다.
잠자는 사람 빼고는 거의 99%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가끔 4호선을 타고 한강을 건널 때, 나는 창밖 한강을 본다.
내가 유일하게 "서울에 살고 있다"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라, 이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내가 보는 이런 한강을 다른 사람들도 좀 보면 좋을 텐데...
모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서 안타깝다.
뻥 뚫린 하늘,
그 아래로 연결되는 한강물,
바라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늦었지만, 오히려 혼자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눈길을 끄는 벚꽃 나무 한그루처럼,
가끔은 다른 사람들 속도에 맞추지 않고, 나만의 느린 속도를 즐겨야겠다.
늦더라도, 조바심 내지 말자, 스트레스받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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