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았다/연극

연극 "오백에 삼십", 소시민들의 짠함, 건물주 아줌마의 뻔뻔함, 하지만 코믹~

by 따뜻한 위로가 될수 있길 2023. 8. 25.

여동생과 함께 지난달에는 "옥탑방 고양이"를, 어제는 "오백에 삼십" 연극을 관람했다.

옥탑방 고양이 때, 드라마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연극을 보게 되었는데,

주인공보다 조연으로 나오는 고양이 커플의 다양한 역할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모습에,

와 어쩜 연기를 잘하고 표정도 다양할까 감탄했었다.

그 이후, 종종 연극을 보자고 다짐했다.

쉬어 매드니스를 볼까,

불편한 편의점을 볼까,

망원동 브라더스를 볼까,

망원동 브라더스는 주말에 소설책으로 읽고 나서, 연극을 볼지 말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엄청 고민을 하다가 일단 부담 없이 코믹으로 보자 생각해서 보게 된 연극 "오백에 삼십".

오백에 삼십,

누가 들어도 월세를 말하는 거냐고 알 수 있듯이,

돼지 빌라에 월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들과 건물주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만들어진 연극이었다.

제목만 들어도 벌써 짠하지 않은가. 그런데, 코믹이라고?

호기심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조금 심심했으나, 중반 이후 건물주 아줌마 연기에서 웃음이 빵빵 터졌다.

쉴 새 없이 나오는 대사와 표정, 제스처를 보면서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되는 게 아닐 텐데, 그래도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하는 저 열정이 한편으로는 많이 부러웠다.

맨 앞좌석이 "건물주" 좌석이라서, 가격이 좀 더 비쌌고, 그래서 그 다음 줄 좌석표를 샀었다.

착석하고 보니, 우리 앞좌석 건물주 자리는 모두 비어있었고, 결국 우리는 맨 앞좌석에 앉는 사람이 되었다.

혹시 배우들이 우리한테 뭘 시키는 거 아닐까, 내심 불안했었는데...

그. 런. 데...

갑자기 젊은 남자 고시생 배우가 "나는 귀여운 스타일이 좋아~" 하면서, 나를 똭~ 가리키는 게 아닌가.

아이고야... 부끄 부끄....

리액션으로 보답해 줬어야 하는데, 그냥 순간 놀라서, "얼음"이 되었다.

끝나고 나오면서는,

"아, 내가 좀 더 호응하는 리액션을 해주었더라면, 그 배우가 더 신이 났을까?.."라는 후회가 되었다.

여동생과 저녁을 먹으면서,

중반 이후에 나오는 건물주 아줌마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재밌었다고 입을 맞춰 말했다.

확실히 연극은 배우들과 바로 눈앞에서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

배우들이 관객에게 리액션을 요구하면, 관객들은 거기에 적극 응하기 때문에 흥이 나는 게 매력인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연극을 보러 가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고 할까.

다음 달에도 또 연극을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