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봤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수 있길 2023. 4. 2. 11:50

작가: 백영옥

어릴 적 TV에서 해주던 만화, "빨강 머리 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작가는 중간중간 빨강 머리 앤의 대사를 적으면서, 본인의 경험담을 풀어낸다.
마치 친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듯이...
그래서, 저절로 나의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사실 "빨강머리 앤" 만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 집에서 TV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었고, 밖에서 주로 동네 애들과 놀았으니까.
그런데, 몇 번 본 기억만으로도 24년 차 직장인의 머릿속에 기억될 정도라면,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리라.

그래서, 나도 이 책의 작가처럼 60부작의 "빨강머리 앤" 만화를 언젠가는 몰아서 한 달간 집에 콕 하며 보고 싶다.
하루에 3편씩이면, 20일이 걸리니까.. 거의 한 달을 투자해야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빨강머리 앤"과 인연을 꼽자면,
사실 정확히 20년 전에 여동생이 대학생이었고, 나는 직장인 4년 차였을 때,
"빨강머리 앤" 작가가 살았던 캐나다 작은 동네에 있는 어학연수기관에 등록을 했었다.
대략 등록 비만해도 300만 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과적으로 돈만 날리고 안 갔다.
여동생은 현재 남편과 사귀기 시작했고, 나 또한 현재 남편과 사귀기 직전이었다는 그런 사연이.

여동생과 그때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그때 어학연수를 그대로 떠났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꺼낸 적이 있었다.
글쎄, 아무래도 한창 젊었던 20대이니 캐나다에 정착했을 수도..

작가가 마음에 들어 하는 구절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꼽자면...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백영옥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날들이 아니라
진주알이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백영옥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백영옥

엉뚱 발랄하면서 따뜻한 "빨강머리 앤"을 어린 시절에 만화로 봤더라도,
소설을 읽었더라도 오히려 공감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어보니, 이제야 온전히 공감이 되니 말이다.

현재 삶의 머리 아픔에서 잠시 벗어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조금은 위로가 되는 그런 책이라 말해주고 싶다.